2인승 부진 털고… 한국 봅슬레이 '은빛 피날레'

입력 2018-02-25 19:23   수정 2018-02-26 05:17

평창올림픽 폐막

봅슬레이 4인승 아시아 최초 은메달
체육교사 꿈꾸던 대표팀 4인방
"상상하던 일 현실이 됐다" 감격



[ 이관우 기자 ]
원윤종(33) 전정린(29) 서영우(27) 김동현(31). 한국 봅슬레이 대표팀 4명의 몸무게를 합치면 420㎏쯤 된다. 네 명이 제각각 100㎏을 넘는 거구들이다. 몸매가 원래부터 이처럼 ‘건강’했던 건 아니었다. 70~80㎏쯤 나가던 호리호리한 청년들이 봅슬레이 하나만 바라보며 몸을 불리고 키우다가 여기까지 왔다. 무게가 나가면 가속이 더 붙을 것이란 생각에 하루에 밥 15공기를 먹었다. 맛을 고려해 메뉴를 고른 적은 없었다. 원윤종은 “토해내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”며 고개를 저었다.

월드컵 시즌전까지 중도 포기하고 현지 적응을 위해 평창에 ‘올인’했다. 하지만 올림픽 첫 메달의 꿈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. 가장 먼저 메달 소식을 전해올 것이라던 원윤종-서영우 팀이 올림픽 첫 무대인 봅슬레이 2인승에서 6위에 그쳤다.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 한국대표팀 총감독은 “덩치 큰 원윤종이 2인승 경기를 망쳤다며 펑펑 울었다. 가서 위로해 주려다가 그냥 놔뒀다. 그렇게 해서라도 4인승에 임하는 각오가 더 단단해지길 바랐다”고 말했다.

2인승의 실패가 약이 된 것일까. 꿈은 결국 4인승에서 이뤄졌다. 한국 봅슬레이팀은 25일 끝난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4인승 경기에서 독일팀과 함께 공동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. 두 팀이 1∼4차 시기 합계 3분16초38을 똑같이 기록해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.

원윤종은 “상상하던 일이 현실이 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감격스럽다”며 울먹였다. 네 명의 선수는 모두 체육 교사를 꿈꾸던 체육교육학과 출신이다. 원윤종은 성결대 4학년 때인 2010년 학교에 붙은 ‘썰매 국가대표 선발’ 포스터를 보고 호기심에 응시해 봅슬레이에 인생을 걸었다. 육상선수 출신인 과 후배 서영우도 2010년 봅슬레이 강습회에 참여한 뒤 인연을 맺었다.

4인승의 반란 뒤에는 연세대 체교과 출신인 김동현과 전정린의 양보가 있어 가능했다는 게 이 감독의 얘기다. 사연은 이랬다. 원윤종은 지난해 11월 월드컵 연습에서 썰매가 뒤집혀 목, 어깨, 허리, 허벅지를 다쳤다. 김동현-전정린 팀은 원윤종의 기량을 따라가기가 벅찼던 상황. 이 감독이 김동현-전정린 팀에 제안을 하나 했다. “2인승 내부 경쟁을 포기하고 4인승에만 출전하는 게 어떻겠냐”는 것이었다. 메달 가능성이 큰 곳에 걸어보자는 얘기. 이 제안은 ‘신의 한수’가 됐다.

원윤종-서영우-전정린-김동현은 4인승 경기에서 환상적인 팀워크를 과시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. 봅슬레이로 메달은 딴 것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에서도 처음이다.

이관우 기자 leebro2@hankyung.com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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